:: CONTENTS ::

 머리말

 북한 내 한국문화 확산

 한류를 금지하는 이유

 북한 사회의 변화

 북한 당국의 대응

 맺음말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은 물론

북한의 공식문헌에서도 한국 영상물 시청에 따른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라는 내용이

직접 언급되고 있다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를 통해 한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간접적이나마 자유를 경험한다

이러한 간접 경험도 남북 간 사회문화적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북한에 어떻게 한류가 유입ㆍ유통되며,

북한 당국이 한류를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또한 이에 따른 북한 사회의 변화와

북한 당국의 대응을 살펴볼 예정이다


Ⅱ. 북한 내 한국문화 확산

 

1. 매체

 

중국산 EVD플레이어는 북한에서 ‘노트텔’로 불린다

노트북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TV전파가 수신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충전하면 4시간가량 영상시청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텔레비전에 연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속을 피하는 데 용이하다

노트텔의 확산은 USB의 확산을 촉진했다

북한에서 USB의 확산은

콘텐츠 파일의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 탈북자는

“남조선 영화 최근에는 메모리로 많이 봅니다

이제는 백공구가 검열 와도 일이 없단 말입니다

메모리 뽑아서 감춰버리면 되니깐

조선 CD알, 예를 들면 홍길동 같은 것을 넣어 놓고

USB에 남조선 거 넣어서 보니까…

단속 나오면 USB만 빼서 숨기면 되니까

걸려도 문제없지요”라는 증언을 남겼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태블릿 PC를 이용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는 사례도 있다

태블릿 PC는 노트텔보다 더 소형화된 제품이며,

특히 마이크로 SD카드 단자가 있어

USB보다 경량화ㆍ소형화된

파일저장매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속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것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데에는

이동전화(손전화)의 역할이 크다

북한 당국은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시 소식이

이동전화를 통해 외부로 급속히 확산된 것을 계기로

이동전화 사용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시행했다

 

 

하지만 2009년 이집트 오라스콤

다시 이동전화 사업을 재개했다

 

 

점차 당정 관료나 엘리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사용하게 되었고,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2020년 기준으로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 장마당

북한에서 시장의 확산은 물물거래의 기능뿐만 아니라

정보가 유통되고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상쇄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서 한류 확산의 근저에는

시장이라는 새로운 생존방식이 결합되어 있다

시장을 통해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이는 단순히 상품의 거래뿐만 아니라

정보공유를 통해 정치적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시장화가 자체 동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화를 동력으로 하여 급속히 확산되는

외래문화의 유입현상은

북한 당국의 미온적 정책변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Ⅲ. 한류를 금지하는 이유

 

1.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

 

북한에서 한류현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영상물을 시청한 북한 주민들이

어떠한 의식변화를 겪는가의 문제 때문이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상교양과 학습을 통해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늘 강요받은 북한 주민들이

직접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며 그 현실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의문은 남북한 상황에 대한 비교로 이어지고

양 체제에 대한 인식 변화 과정

 

의 첫 단추가 되었다

 

북한 주민의 경우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반적인 장면에서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 방에 가득 놓인 장난감

(북한말로 율동완구)을 보면서

한국이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한국 드라마에서 외국의 모습이

그대로 배경에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며,

외국에서 촬영을 할 정도면

얼마나 발전하였는지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2. 정치ㆍ사회적 내용에 대한 인식

 

북한 영상물 대부분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고양과

국가관에 대한 내용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한국 영상물에 나오는 정치적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한 정치체제 차이에서 비롯된 현실에서

분명 한국 영상물을 보면서

북한의 억압적 통치방식을 비교하게 된다

한국 영상물을 시청한 북한 주민들의

정치ㆍ사회적 의식변화는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사상교육과 학습을 통해 굳어진

한국의 모습이 실제로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발전상을 한국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북한주민들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인식변화로도 이어졌고

북한의 정치현실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났다

 

이들이 한국 영상물을 통하여

‘나도 저런 나라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향후 남북한 통일과정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독 주민들이 그러하였듯,

체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북한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분단의 상황에서

한국 체제를 동경하고 부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북한 내 한류의 역기능

 

북한 내 한류가 남북한 주민들의 인식변화와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한국 영상물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정보수용의 양에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왜곡된 상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미디어 시청 이전 학습된 내용이

미디어 내용과 겹치면서 확인ㆍ강화되는 것을

미디어 이론에서는 기폭효과(priming effect)라 한다

기폭효과의 특성 중 하나는

수용자가 미디어 내용을 접했을 때

미디어 내용에 동화되는 정도와 방향은

상황특이성과 프로그램특이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업성이 뚜렷한 영화,

선정성ㆍ폭력성 등 특정 내용이 부각되는 드라마가

자극적인 효과를 주게 되면서

미디어 수용자가 특정 내용으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

 

북한에서 한국 미디어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배금주의, 폭력성, 인간관계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한국 영상물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사람들은 을 위하여 못하는 짓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북한 당국이 한국 사회에 대하여

‘지주 자본가들이 판치는 사회’라고 교육한 내용이

각인된 상황에서 한국 영상물에 등장하는

특정 내용이 부각되어 인지되면서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확대ㆍ강화되는 것이다

둘째, 한국 미디어에 깡패, 조폭 등이 등장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하여 정서적 두려움과 함께

폭력적인 사회라는 인지가 강화될 수 있다

북한에서의 교육 중 한국은 ‘무서운 세상’이라는 것이

한국 미디어의 폭력적인 장면에 부합하여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이다

셋째, 한국 미디어를 통하여 들여다 본 한국은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며느리를 학대하면서까지

가족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거나

(영화 <올가미>),

사랑하거나 결혼하고도 외도하는 사회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그려진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이미지는 탈북자들에 의하여

‘난잡함’, ‘자본주의 부패성’, ‘공포심’ 등으로

표현되었다

 

한국 영상물을 접할 수 있는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시청 누적량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된다

북한에서 교육받은 한국 자본주의의 폐해를 재확인하거나,

성취ㆍ진실 등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재정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적ㆍ긍정적 인식 모두

남북한 통합과정에 오히려 역작용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여야 한다

 

따라서 북한 내 한류 현상을 과장ㆍ축소하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통일의 순풍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야 한다


Ⅲ. 북한 사회의 변화

 

1. 주민의식 변화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은

무엇보다 주민들을 외부정보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유일지배체제와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체제순응형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들이 사는 나라가 제일이라고 인식하였으나,

밀수를 통하여 유입되기 시작한 한국 영상물을 통하여

간접적이나마 외부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게 되었다

 

북한 주민들의 한국 영상물 시청으로

외부정보가 축적됨으로써 한국의 발전상을 동경하고,

북한 당국의 선전과 학습을 거짓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사상과 충성도의 이완으로 인한

체제 내구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상학습교양을 통하여 주입받은 것과

한국 영상물 사이의 괴리가

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는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일종의 저항문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2. 장마당 세대

 

북한의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장마당 세대’라는 말이 있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북한 당국이 대내외에 내세웠던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배급이라는

복지구호가 무색할 만큼

북한의 복지체계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였다

 

바로 이 시기를 전후로 출생하여

사회주의체제의 복지혜택을 실감하지 못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 장마당 세대이다

 

본래 북한체제는 인간의 자아의지가 형성되기 이전인

유아기부터 엄격한 사상교육과 통제로

체제순응형 인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동ㆍ청소년 시기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장마당세대의 경우

공교육 구조의 붕괴로 인하여

체계적인 사상교육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하여 국가나 지도자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들은 한국 영상물을 함께 모여서 시청하거나

내용을 공유하고 모방하며,

한국 영상물에 대한 통제가 가해진다 하여도

대담하게 반복 시청을 한다는 특성이 있다

시청 내용이 누적된 세대들의 의식 및 행위양식이

사회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Ⅳ. 북한 당국의 대응

 

한국 영상물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갖게 하고

북한체제에 불만을 품게 하는 등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당연히 이를 통제하려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공세를

자유화 바람이나 황색 바람으로 규정하면서

체제 유지를 강화하여 왔다

김정일 시대부터 외래문화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조하였는데,

김정은 시대에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1. 북한 당국의 단속

 

북한 당국은 외래문화 유입에 대하여

“인간의 건전한 넋을 흐리게 하는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유포시켜 우리의 사상진지를 허물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책동”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당국은 한국 영상물 시청을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간주하고

한국 영상물에 대한 시청과 유통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노동신문》을 통하여 연일 비사회주의 행위와

제국주의사상문화침투봉쇄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상전을 더욱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약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과정에서

청년들이 외래문화로 인하여

사상ㆍ문화적으로 흔들린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제국주의사상문화침투’를

차단하기 위하여 펼치는 사상전은

여러 가지 근거로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2월 평양에서는

주민의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간부들이

대규모로 참석한 가운데

8차 당 사상일꾼대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 자리에서 ‘제국주의사상침투에 대한

당의 지침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2014년 6월 28일자 《노동신문》 기사에서도

‘사상전’을 강조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상전은 핵무기 위력보다 더 강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의 아이콘으로 볼 수 있는

모란봉악단의 창단배경 역시

사상전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로 북한 당국은

“모란봉악단의 음악은 대중의 심장에 투쟁,

애국의 불을 지펴 사상적 무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북한에서 강조하는 사상전은

권력공고화와 3대 세습에 따른

김정은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선동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김정은에 대한 유일사상과

충성심을 강조하는 사상전은

북한사회의 유일지도체계와 사상이

한편으로는 강하지 않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법적으로도

외부정보 유입과 유포를 엄중히 통제하고 있다

북한 형법 제6장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은 퇴폐적ㆍ색정적ㆍ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그림, 사진, 도서, 녹화물, CD-ROM 같은

기억매체를 허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한 죄(193조)를 열거하고 있다

공화국을 반대하는 방송을 체계적으로 들었거나

삐라, 사진, 녹화물, 인쇄 유인물을

수집ㆍ보관ㆍ유포한 자(195조)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비사회주의 그루빠를 통한 단속조

 

북한 당국은 ‘남조선 영상물을 시청하지 말라’는

사상학습교육을 시키는데

젊은 세대들에 대한 교육이 특별히 강조된다고 한다

강연회를 통한 사상교육뿐만 아니라

실제로 한국 영상물 시청 및 판매 행위 단속과

비사회주의 양식에 대한 통제강화를 위하여

일명 비사회주의 그루빠를 운영한다

일명 비사그루빠로 알려진 합동단속반원은

불시에 가택을 수색하며

위장단속가지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노동단련형, 타지 추방, 교화형 등에 처한다

만약 시청빈도가 높거나 한국 영상물을 대량으로

복제ㆍ유통시킬 경우 때에 따라서는

사형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1년 4월 말,

한국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물을

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불법으로 판매한

원산시의 한 주민이 공개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처형 당시 북한 당국은 판결문을 통하여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어긋나는 사회주의적 행위로…

지난 시기는 단련대나 교화소에 보냈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런 행위는 우리 사회주의를 말살하려는 자들을

도와주는 반동 행위로,

반동분자들은 우리 사회의 그 어떤 곳에서도

머리를 들고 살 수 없다“고 밝혔다

비사회주의 그루빠는 한국 영상물 시청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새 등을

한국식으로 따라하는 비사회주의 현상도 단속한다

당 중앙에서 실시하는 집중단속기간에 적발되면

뇌물을 주고도 처벌을 피해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단속이 이루어져도 뇌물을 통한

봐주기 현상이 만연한 것이 현재 북한사회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단속반원의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외래문화 확산을 엄중한 법으로

모두 처벌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3.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0년 12월,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한국식 말투를 단속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국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이 북한 MZ세대의 사상적 해이를

집중 지적하고 있다”며

“북한 젊은이들이 한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라고 하였다

또한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선포 이후

사형에서 15년 이상 장기형까지 내리고 있다”며

“체제 위기가 심해지면서

사상 단속을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에서는 코로나19와 더불어

김정은의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10년간 실패하였다고

해석되어 구조적 위기가 발생하였다고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하였다

 

최근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2021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북한의 규제와 처벌이 전반적으로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컴퓨터와 휴대전화 보급률이 현저히 높아져

외부문화 콘텐츠가 유입되는 사례가 많은데,

북한 당국은 이 중 특히 한국 방송 및 녹화물 시청,

이를 저장한 기기에 대한 단속ㆍ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단속에 걸렸을 경우, 뇌물을 통하여

형기를 낮추거나 처벌을 면한 경우도 있었지만

2019년 조사에서는

한국의 녹화물과 전화연결이 단속에 걸릴 경우

뇌물로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증처벌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 7ㆍ27연합지휘부

 

북한은 국가보위성와 사회안전성을 주축으로 하는

주민감시용 기구인 ‘109연합소조’를

16년 만에 폐지하고,

새 기구인 ‘중앙비사회주의집중소탕연합지휘부’,

일명 ‘7ㆍ27연합지휘부’를 2020년 말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북한 주민들의 TV 시청과

음악 감상 등을 검열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5. 투쟁가요 보급

 

김정은은 “좋은 노래 한편은

몇 만 톤의 식량을 대신한다”며

대표적인 노래로 ‘7ㆍ27행진곡’을 높이 평가하였다

김정은이 2021년 6월 열린

노동당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한 가운데

전시가요 보급을 통하여 주민들의 사상무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 인민배우 칭호 수여

 

2021년 7월 12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창작자와 예술인에게 명예 칭호와 훈장 등

국가 표창 수여식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북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성악배우 김옥주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는데,

북한에서 인민배우 칭호가 수여된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의 일이고,

30대가 받게 된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라

김옥주에게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옥주는 2018년 2월 평창올림픽과

같은 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무대에 오르며

한국에도 얼굴이 알려졌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사라졌지만

2021년 2월 ‘광명성절’ 기념공연

김정은이 김옥주에게 앙코르를 두 번이나 요청하는 등

김옥주의 위상은 여전하다

 

또한,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2021년 6월 김정은이 참석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김옥주가 전체 26곡 중 22곡을 불렀다

 

김옥주를 북한 대표 가수로 내세우는 배경에는

북한 내 ‘한류억제정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K-POP 등 북한 내 한국 콘텐츠가 확산되고

인기를 모으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자체 스타를 양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난, 식량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부기강 확립에 예술인들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제기되었다


Ⅵ. 맺음말

 

현재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듣는 음악,

시청하는 영상이 무엇인지를 단속할 법과 조직을

구성할 정도로 한국 콘텐츠가 확산되어 있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 당국에서는

대안 마련하기도 하고 강제로 금지시키기도 하지만

한류 열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북한 내의 한류 열풍은

전 세계의 한류 열풍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며,

우리는 북한 내 한류를 의미 있게 보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되는 것은

향후 통일과정에서 남북한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자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통일조국으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조국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북한주민들에의

‘마음 얻기’ 관점에서도 한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북한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 당국의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외부정보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요구는

외래문화를 확산하는 요인이 된다

 

배급제의 중단으로 인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장마당이

북한 내부에 한류를 확산시키는 환경을 조성하였으며,

이미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양식이 구조화되어 가는 북한에서

기존의 방식처럼 무조건 통제만 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위로부터의 권력 변화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추이를 주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아래로부터의 변화라 할 수 있는

북한주민들의 사회적 일탈과 외래문화 수용의

방향과 속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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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2021). “北, ‘오빠’ 단속에도 한류열풍 여전… ‘방송시청 수요 안 줄어’”, 아주경제, 7월 23일.

박수유, (2021). “[단독] 北, 한류 소탕 ‘7ㆍ27 연합지휘부’ 조직”, 채널A, 7월 26일.

안용현, (2021). “‘주민 30% 마약… 한류에 푹빠져’ 김정은이 말한 ‘악성암’ 北 덮쳤다”, 조선일보, 7월 23일.

이민형, (2015). “‘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 특별진급에 명예 칭호까지”, 데일리한국, 10월 25일.

정서영, (2021). “한국 영상물 유포한 원산시 주민 ‘반사회주의’ 행위로 공개처형”, 데일리NK, 5월 20일.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5,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 그 의미와 영향“, 통일부.

통일연구원, 2021, 『2021 북한인권백서』, 통일연구원.

한지혜, (2021). “BTS 보면 사형? 강화된 北 ‘사상 단속’… 통일연 ‘북한인권백서’ 공개”, 7월 27일.

 

나무위키, https://namu.wiki , ‘룡천역 열차 폭발사고’ (검색일: 2021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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