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TENTS ::

Ⅰ. 머리말

Ⅱ. 이데올로기란?

Ⅲ. 스탈린식 마르크스-레닌주의

Ⅳ. 북한에의 적용(‘김일성주의’)

Ⅴ. 맺음말


Ⅰ. 머리말

 

북한의 내부여건 중 무엇이 북한의 행위를

이해하는 단서일지를 고려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스스로 생각과 고민을 규정하는

가치와 세계관일 것이다

세계관은 한국이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행 조건으로,

그 핵심은 주체사상의 정확한 이해이다

 

이는 현재 북한에서 개인과 국가를 포함한

모든 수준의 지도지침으로 제시된 사상이다

주체사상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주민가치 및 생활영역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영향력을 파급시킨다

 

이번 글에서는 주체사상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에 앞서 기원, 형성 과정

및 변천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후에는 주체사상에 대한 이론적 체계,

김정일ㆍ김정은 시대의 정치 담론에 대한

글을 차례로 게재할 예정이다


Ⅱ. 이데올로기(Ideology)

 

이데올로기는 해당 체제의 정치경제적ㆍ

사회문화적 가치와 원리를 총체적으로 담아

사회 구성원에게 세계관을 형성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체제와 경제발전전략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성 속도가 느리다

주체사상이 폐쇄적 자립경제노선이 확정되고

갑산파 숙청이 이루어진 이후에야

형성된 것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이데올로기는

통일된 세계관을 부여함과 동시에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직접 동기화(motivation)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정당화(legitimization)’와

동원(mobilization)’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사회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사회주의 체제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사회주의가 무계급사회의 실현,

공산주의적 인간형 창출 등 보다 높은

목표지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셔만(Franz Schurmann)은

사회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관념과 행동의 연결체제가 간접적인가

혹은 직접적인가에 따라,

순수이데올로기’와 ‘실천이데올로기’로

구분하고 있다

 

순수이데올로기

‘개인에게 일관되고 의식적인 세계관을 제공하는 사고체계’로 정의되며,

실천이데올로기는 ‘개인에게 행동의

합리적 도구를 제공하는 사고체계’로 규정된다

 

이때 순수이데올로기 없는 실천이데올로기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실천이데올로기 없는

순수이데올로기는 그 세계관을

일관된 행동으로 전화시킬 수 없다

 

순수이데올로기가 표방하고

목표하는 가치실현을 위해

현실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행동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실천이데올로기이다


Ⅲ. 스탈린식 마르크스-레닌주의

 

김일성시대 북한의 통치이념은

스탈린식 마르스크-레닌주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마르크스에게 역사 발전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사회계급이고,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로 인식되었다

 

엥겔스는 이에 더하여

프롤레타리아가 국가권력을 장악하면

국가는 ‘불필요한 것’이 되며

‘사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니콜라이 2세는 패전을 거듭했고

러시아 군중들이 봉기해

공화국 임시정부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임시정부는 대중의 뜻을 무시했고

레닌은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기치 아래 1917년 10월

노동자ㆍ병사의 무장봉기를 일으켜

혁명정부를 수립하였다

 

혁명정부는 전쟁 중지와

지주 토지의 농민에의 무상 분배를 선언하며,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하였다

 

10월 혁명산업시설의 사회화(국유화)

농업 분야에서 생산수단의 개인 분배라는

방침을 가지고 수행되었다

농지 분배는 10여년 후에

‘사회주의적 소유(콜호스의 협동적 소유)’로

이행시켰다

 

소련이 식민지 및 피압박 민족들의

민족해방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을 고무하였다

 

스탈린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본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국가의 ‘소멸’에 대한

엥겔스의 주장에는 반대하였다

 

1939년 3월 공산주의 시기에도

국가는 존속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스탈린은

국가의 단순한 유지가 아니라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Ⅳ. 북한에의 적용(‘김일성주의’)

 

북한의 이데올로기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였다

 

해방 직후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대중 앞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노골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

세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를 이유로 소련군정 사령부는

북한에서 좌파세력의 통합과

통일전선 형성을 추진하였다

 

1946년 러시아의 10월 혁명처럼

중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에 따라

토지개혁이 이루어졌다

 

김일성은 전후복구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주체 확립과 자주노선으로

주체사상을 등장시켰다

 

1950년대 김일성은 사상에서

‘주체의 확립’을 강조함으로써

주체사상의 토대를 형성하였고,

이는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순수이데올로기를 실천하면서

북한식 실천이데올로기가 ‘주체’라는 이름으로

형성되는 과정이었다

 

1953년 스탈린 사후 개인숭배,

당의 집단지도체제 폐기, 무자비한 숙청 등의

‘오류’를 범했다는 이유로

흐루시초프에 의해 격화되었다

 

이 시기 ‘주체’는

탈 스탈린 노선을 지지하는

소련파에 대한 견제이자

외부원조 없는 독립적인 경제건설의 의지 표명이었다

 

그는 ‘주체사상’을 내세워

당내 경쟁적 정치세력의 도태ㆍ제거를 통하여

정치적 통합을 이루고,

개인에 의한 권력행사를 합리화하고자 하였다

 

이에 북한에서는 1954년부터 1958년까지

농업협동화 및 개인 상공업자들의

사회주의적 근로자들로의 ‘개조’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을 시작하였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수용하고 소개하는 데

주력해 온 북한이

‘창조적’ 적용을 시작한 데에는

김일성의 1955년 12월 연설,

<사상사업에서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퇴치하고 주체를 확립할 데 대하여>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연설의 ‘조선 혁명’은 곧 주체를 의미했으며,

이는 스탈린주의에 민족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형태였다

이를 기점으로 ‘주체’는

국제 공산주의 운동과

소련 블록 내 패권변화라는 외부환경과 맞물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공산체제의 구축이라는 내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왜 1955년 12월 28일을 기하여

주체의 확립을 주장하였는가?

스탈린 격화운동을 전개한 흐루시초프는

소련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1인 독재를 지양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전개를 펼쳤다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김일성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창익을 중심으로

연안파의 몇몇 인물과 소련파 박창옥이

김일성의 해외방문기간 동안

소련식 집단 지도체제 수립을 모의했다

 

김일성은 소련파를 숙청함으로써

자신의 정치 입지를 굳혀갔다

이 시기 소련에서는

스탈린식 프롤레타리아의 독재국가론을 버리고

전인민적 국가론을 새로이 마련하였는데,

이 역시 김일성의 개인 독재에 대한

도전으로 작용하였다

 

종파사건 이후 1960년대 중소분쟁 동안

김일성은 중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독자적인 노선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주체라는 실천이데올로기가

대외노선에도 확대 적용된 것이다

 

1967년 당내에서 갑산파가 숙청되고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김일성의 사상은 곧 당 지도사상처럼 여겨졌다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대체하는 격상을 시도한 것은

1970년대의 정치적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고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강조하면서,

김일성의 유일영도체계로서의

수령체제’가 완성되었다

 

수령체제를 확실히 하고

후계의 안정적 구축을 위하여

주체사상은 수령과 후계자의 독창적 사상으로

격상될 필요성이 있었다

 

1972년 김일성은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결이 다르지 않다고 한 것과 달리,

1974년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

제5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보다

우월한 사상이라고 강조하였다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결국 노동당의 지도이념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삭제되고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만 규약에 명시되었다

 

주체사상은 철학적ㆍ사회역사적

ㆍ지도적 원칙을 가진 사상인 동시에

‘사상ㆍ이론ㆍ방법의 전일적 체계’로

규정된 것이다


Ⅴ. 맺음말

 

이상으로 주체사상의 기원이 된

스탈린식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북한으로의 적용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주체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북한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통치 이데올로기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순수이데올로기

실제 북한의 현실에 적용하면서

‘주체사상’이라는 독자적인 방침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주체사상은 실천이데올로기로서

자리 잡아갔다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침과

수단으로서의 실천이데올로기에서

자신의 진리를 토대로 실천을 위한

구체적 원칙과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순수이데올로기로 격상되었다

 

즉 1955년부터 1966년까지는

정책 활동 각 분야의 실천원리로서

주체사상이 형성되었다면,

1967년부터의 주체사상은

당의 유일사상으로 확립되고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었던 것이다

 

당의 유일사상으로 확립된 지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주체사상은 노동당의 유일사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 참고문헌 】

 

김근식. “김정은 시대의 ‘김일성-김정일주의’: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추상화”. 『한국과 국제정치』 제30권 제1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pp.65-92.

도현자. “주체사상의 변화와 북한의 대외 정책”, 충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10).

이용호. “북한 주체사상의 통치기능에 관한 연구”, 충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10).

장달중, 『현대 북한학 강의』, 사회평론, 2020, pp.19-26.

장명봉, “마르크스 레닌주의 포기하고 ‘주체사상’ 강화: 북한 신헌법의 내용평가”, 『통일한국』 제109권(1993), 평화문제연구소, pp.65-69.

장의관. “북한의 통치이념과 주체사상”, 2010, 현대사회연구소, pp.6-11.

정용길, “북한의 사상체계: 주체사상과 마르크스-레닌주의와의 관계”, 『북한학연구』 제20권(1991),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pp.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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