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모습. 출처: 중앙일보


지난 7월  29일 일명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이 처음 공식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요즘 시대에 간첩이 어디 있나'는 식의 일부 안일한 국민적 안보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현재 구속 수사단계에 있으며, 아직 법정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십몇 년간의 추적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진행 상황 보고에 따라 '충북동지회'의 유죄 입증과 더불어 

북한의 연계 가능성은 확실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우리 국민에 접근하여 어떤 지령을 내리는 것인가? 

또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얼마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우리나라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지고 있는 것인가?

 

사실 북한은 분단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직파 간첩을 보내거나, 
내부에 고정간첩을 양성하는 공작 활동을 지속해왔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었던 북한의 간첩, 대남공작 사건을 통해 

위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북한의 궁극적 목적, 즉 '적화통일'의 전술적 측면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1. 일심회 간첩 사건

 

 

일심회 간첩 사건 관련 총책 및 조직도. 출처: 경향신문

 

일심회 간첩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인 '장 마이클'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386 출신 

운동권 및 정·재계 인사를 포섭하여 당시 대한민국의 진보 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장악을 시도하고, 

국내 정세 및 동향을 수집하여 북한에 보고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2006년 10월부터 2007년 2월까지 2차례에 걸쳐 총 6명이 검거되었다. 

 

총책인 장 마이클은 1987년경 미국 유학 중 북학 공작 조직에 포섭되어 지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 

IT업계에 종사하면서 386 운동권 출신들에 접근하여 친분을 쌓고 관련 내용을 북한에 보고하면서 

간첩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시 그는 손정목, 최기영,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박 모 씨를 포섭하여 '일심회'를 결성한 후 

중국 북경 등지에서 북한의 대외연락부(현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선하였으며, 

총선, 지방선거 등 국내 정치정세 동향을 수집하여 인터넷을 통해 보고 하는 등의 간첩활동을 진행하였다.

 

일심회 조직의 간첩 활동. 출처: 국가정보원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이들이 2006년 3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것을 포착하는 등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여 2006년 10월에 검거하였다.

 

결국 법정에 넘겨진 일심회 조직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총책인 장 마이클은 2007년 12월 대법원 선고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밖에 이정훈과 이진강에 징역 3년, 손정목에  징역 4년, 국회의원 출신 보좌관 박 모 씨에 징역 3년 6개월 형이 

선고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일부 운동권 출신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맹신하며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남혁명을 위해 암암리에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이 사건으로 민주노동당은 내부 분열이 발생하였으며, 종북세력과의 단절을 외친 당시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은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창당하게 된다.

 

 

2. 지하당 '왕재산' 간첩 사건

 

 

왕재산 간첩 사건 관련 조직도. 출처: 연합뉴스

 

'왕재산' 사건은 1980년대 주사파 대학생이었던 김 모 씨가 1993년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남한 혁명 지도부' 결성과 더불어 '유일 영도체계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한 '접견교시'를 하달받아 

약 20여 년 동안 간첩 활동을 진행하며 지하당 '왕재산'을 구축한 사건이다. 

 

김일성의 교시를 받은 직후 그는 관호명(북한에서 비밀공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일종의 암호명)
'관덕봉'을 부여받고 '지원개발'을 설립하였다. 그러면서 학교 후배인 인천지역책 임 모 씨와 대학동창인 서울지역책 이 모 씨를 포섭해
각각 '관순봉' '관상봉'이란 대호명을 받게 한 뒤 2001년 3월 '왕재산'이란 지하당을 구축해 암약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01년 북한 체제 선전 목적의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2002년엔 재정 뒷받침을 위한 업체 '지원넷'을 각각 설립했으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을 59회 출입하면서 북한의 225국(현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의 공작원과 접선하여 지령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주요 지령으로는 '2014년까지 인천시청과 방송국, 포탄공장, 군, 경찰서에 조직원을 포섭, 결정적 시기에

장악 또는 폭파하라'와 더불어 우리 군의 작전계획과 컴퓨터 암호화 기술 등 군사자료를 보고하며 국내 정당 및 관공서 등 

제도권 정치에 상층부의 진입을 기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치권 동향 등 정세 정보와 함께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 대용량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해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신문기사로 위장한 최첨단 프로그램을 간첩 통신에 활용하는 등 첨단 공작 기법으로 수사망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을 위한 간첩 활동을 왕성하게 벌인 이들은 결국 2011년 체포되었으며, 총책 김 모 씨에는 징역 7년, 인천지역책 및 서울지역책 

임 모 씨와 이 모 씨에 각 징역 5년형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겉으로는 평화ㆍ협력을 내세우면서도 우리 사회 내 종북 사조 확산 및 정ㆍ관계 인물 포섭,

지하당 구축 등통해 대남적화공작을 지속 추진 중인 사실 재확인되었다.

 

 

3. 북한의 대남 통일전략

 

본 게시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2014년 '이석기 사건'과 최근의 '충북동지회' 사건은 모두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간첩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유사성을 띤다.  

이러한 사건들의 발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북한은 우리 사회에 간첩을 침투시키거나, 지령을 내림으로써 

북한의 의도에 따른 행동을 하도록 종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는 주로 정당의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공작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시도들이 결국 '적화통일'의 전술적 측면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그 기저에는 '통일전선'이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레닌. 출처: 위키백과

 

사실 통일전선 전술은 북한만의 전술이라기보다는 공산당의 보편적인 전술이다.
통일전선은 소수파에 놓여있는 공산주의자들이 자기편의 세력을 결집하고 상대편의 세력을 약화 또는 고립시키기 위해
이해관계가 같은 계층 또는 정당/사회단체와 더불어 정치적으로 협동하는 공산당의 전통적인 전술이다.
1920년대 레닌이 처음 주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거 중국의 공산당은 통일전선의 공작 하에

항일을 위해 국민당과의 1·2차 국공합작을 이룩한 바 있다. 

 

북한의 경우 전조선혁명을 위해 해방 직후부터 통일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대남사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김일성은 1945년 10월 13일 각 도당 책임일꾼들을 대상으로 행한 '새 조선 건설과 민족통일전선에 대하여'라는 연설을 통해
광범위한 대중을 쟁취하고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면 공산당 대열을 강화하고
민족통일
전선을 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김일성은 남조선 혁명에서 통일전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체계화시켰고, 현재까지도 북한은 당 규약을 통하여 꾸준히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북한이 지속해서 취하는 방법으로 대한민국 내 기존 정당을 장악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정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방법에는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이나 이와 연계된 간첩조직의 일원이 직접 해당 정당에 들어가 
요직을 차지한 후 평양의 지령에 따라 그 정당을 움직이는 ‘내선 지도’와

둘째 정당 내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북한 공작원이 밖에서 해당 조직을 움직이는 ‘외선 지도’가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일심회 사건이나 왕재산 사건, 이석기 사건 등이 모두 북한의 내선 지도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시도는 정당 활동을 통한 북한에 우호적인 일반 국민적 여론 형성

제도권 정치 속의 특정 연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하층과 상층 모두를 공략하는 통일전선 활동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적화통일'의 목표를 수정하였으며, 더 이상 간첩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이는 잘못된 안보 인식 하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히려 북한은 

최근 사이버 테러 등을 통해 대남공작의 수단 및 방법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또한 북한 전문 조사기관에서는 북한이 대남공작 인력을 오히려 증원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우리의 안보의식과 경계태세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이 모두 경각심을 가지며, 대한민국의 국익에 위해가 되는 행위를 의심스럽게 관망하여

지금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하려는 세력을 주의 깊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유성옥. (2020). 북한 대남통일전략의 추진구도와 전개양상. 전략연구, 27(3), 7-50.
이상헌. (2011). "北지령 간첩단 '왕재산' 적발… 김일성 면담(종합)", 연합뉴스, 8월 25일.

정태주. (2021). "북한, ‘적화 통일’ 포기?… “오히려 대남 공작 인원 확충”, 데일리NK, 6월 9일. 

제성호. (2017). 최근 북한의 대남공작 양상과 전망. 국가정보연구, 10(1), 16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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