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과 시진핑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 해당 게시물은 『현대 북한학 강의』 제3장 '탈냉전기 대외정책과 대외관계'의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북한은 당-국가체제로, 조선노동당이 모든 국가 권력을 독점하는 일당 독재체제의 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내에서의 외교는 일당 독재라는 특징과 함께 각국의 공산당이 공통의 목적을 지닌다는

것에서 기인하며, 이를 기반으로 당 외교(당 대 당)와 국가 외교(정부 대 정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참고로 소련 해체 이후 지금은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각국 공산당의 공통 목표라 함은 바로 

세계혁명으로의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proletarian internationalism)'가 될 수 있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각국의 공산당은 세계혁명운동에의 기여 차원에서의

국제적 임무인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가 부여되었는데, 

이를 주창한 소련의 레닌에 의하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일국의 혁명운동을 세계적 규모의

혁명운동의 이익에 복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민족주의와 자국 이기주의를 배격하고 오직 세계혁명의 관점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레닌은 '코민테른'으로 불리는 국제공산당을 조직하고

각국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을 일괄적으로 지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는 공산주의의 대부였던 소련의 국가 이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스탈린의 소련 지배주의로 변질되었다.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마르크스, 엥겔스, 그리고 레닌의 모습. 출처: 위키백과

 

북한의 주체사상의 근간이 되는 '자주외교'는 바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국가이익 간 충돌에 대처하기 위해 개발된 논리이다.

북한은 냉전시기 자율성(자주성)에 기초하되 소련을 중심으로 형제적 단결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제질서로 보았으며, 이를 지켜야 할 외교원칙으로 고수하였다.

 

북한 외교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대 사회주의 국가 및  비 사회주의 국가와의 외교 행태의 구분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외교에서는 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외교에서는 당 대 당 외교 차원으로 접근한다.

 

아래에서는 북한 외교의 이원적 특성(당 외교, 정부 외교)을 바탕으로 북한 외교정책의 집행 및 결정 체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북한 외교정책의 집행체계

 

북한의 외교는 상술하였듯이 크게 사회주의권 내에서 이루어지는 당 외교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외교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참고로 남북관계의 경우 국가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 관계로 간주되어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의 통일전선부가 관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김영철의 모습

 

1) 당 외교

 

북한에서 당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는 조선노동당의 국제부이다. 

당 국제부는 이른바 '형제당'으로 불리는 외국 공산당들이나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외국 정당들과의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부서이며, 상술하였듯이 북한의 당 외교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유산으로서 사회주의 외교의 고유한 특징이다.

 

지난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국제부장(정치국 후보위원 겸)에 임명된 김성남의 모습

 

북한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공산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투쟁에서 

국제노동계급이 서로 지지성원하고 단결을 도모하는 사상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세계혁명을 도모하기 위해 각국의 공산당들이 "서로 지지성원하고 단결을 도모하는" 과정이 바로 당 외교인 것이다.

 

현재 북한의 당 외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이다. 

현실에서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는 중국밖에 없으며, 북한과 중국 간의 외교는 국가 외교의 성격도 갖고 있지만 

그 핵심은 당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당 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국제부장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통역사 출신인 중국통 김성남이

중국 유학파 출신으로는 최초로 임명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알리는 <<노동신문>>의 1면 모습

 

2) 국가 외교

 

북한에서 국가 외교를 관장하는 곳은 내각 산하의 외무성으로 다른 나라의 외교부/외무부의 기능과 역할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다.

2020년 6월 기준 북한은 161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우리나라는 191개국),

48개의 상주대사관, 3개의 영사관, 3개의 무역대표부 형식으로 54개의 재외공관을 운영하고 있다(출처: 외교부 재외공관 설치현황)

 

이에 맞춰 외무성 역시 아시아 1국, 아시아 2국, 유럽 1국, 유럽 2국, 북아메리카국, 아프리카/아랍/라틴아메리카국의 

지역 담당 부서와 보도국, 영사국, 조약법규국, 의례국, 국제기구국, 경제협조국 등 12국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지난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내각 산하 외무상에 임명된 리선권(정치국 위원 겸)의 모습

 

그런데 북한의 외무성은 형식적으로는 내각 산하이지만 내각 총리의 지시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북한 내각은 경제문제만을 관리하는 곳으로, 비경제부서인 국방성,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이 

내각이 아닌 국무위원회 산하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내각의 구성에서 외무성을 제외하면 모두 경제기구인 것으로 볼 때, 

외무성은 형식적으로는 내각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받는 국무위원회의 직할 기구라는 평가가 적절할 것이다.

 

한편 지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리선권 외무상을 권력 실세인 조선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한 것은 현재 북한이 

코로나 19, 경제난 등으로 인해 어려워진 국면을 외무성을 활용한 국가 외교에 무게를 실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정부 조직(내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

 

2020/11/14 - [북한의 정태/정치] - <북한의 권력 기구> 1. 정부 조직

 

<북한의 권력 기구> 1. 정부 조직

대한민국, 미국 등과 같은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각각 독립된 기관으로서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을 통해 국가 권력의 집중 및 남용을 방지하는 반면,

thenorthkoreaherald.tistory.com

 

2. 북한 외교정책의 결정체계

 

북한의 헌법에 의하면 외교정책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수립하게 되어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6장 제4절 제10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중략)
5.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 또는 소환한다.
6.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
7. 특사권을 행사한다.
(하략)

 

그러나 헌법상 이러한 조항이 없어도 북한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수령을 정점으로 하는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비단

외교정책뿐만이 아니더라도 국가 전반의 모든 사업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김정은 시기에 들어서면서 선대 김정일 대에서는 소홀했던 당을 활용한 집체적 의사결정 시스템, 이를테면 

당 대회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회의 등을 다시 복구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2월 11일 진행되었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정일은 형식적이나마 존재했던 정책 결정에 있어서의 공식 체계를 무시한 채 일부 소수 측근의 조언을 받아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정은 시기에 들어오면서 2010년 당 대표자회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당 대회 및 여러 차례의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정치국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외교정책에 있어서의 방향 및 최종 결정은 수령(김정은) 1인에 달려 있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공식적 체계는 상당 부분 복구되었으며,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국가정보원. (2019). 「북한법령집. 상」. 

박재우, 이설. (2021). "北 리선권 외무상·'중국통' 김성남 승진…북미·북중관계 '포석'", 뉴스1, 2월 11일.

장달중 외. 『현대 북한학 강의』. 서울: 사회평론,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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